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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관람평 후기, 정우성의 재발견

bluerain13 2024. 1.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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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수 1,200만을 돌파한 서울의 봄을 감상해 봤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관람했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으로 영화관이 꽉 찬 것을 보고 이 영화의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사실 남들이 재밌다고 하면 관심이 떨어지는 반골기질 같은 게 있어 나중에 OTT로 풀리면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관람하고 나니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의봄-정우성서울의봄-황정민

상영시간은 약 2시간 정도였는데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흘렀나 싶을 정도로 급박한 전개와 긴장감이 영화 끝까지 유지되는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의 검증된 연기력은 역시 황정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는데 여기에 더해 이태신 역을 맡은 정우성의 연기도 정말 멋있었습니다. 

 

1. 주요 등장인물

1.1. 전두광 (황정민)

서울의봄-전두광

배우 황정민이 머리를 깐 분장을 하고 전두광 역할을 맡았습니다. 무슨 역할을 맡아도 배역 자체가 황정민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드는 데 이 영화 역시 그런 느낌이 듭니다. 하나회 사람들과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는 대사 한 마디가 캐릭터를 대변해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들까지 휘어잡을 정도로 리더십이 있고 권력이라는 목표를 위해 뒤돌아보지 않는 인물입니다. 

 

1.2. 이태신 (정우성)

서울의봄-이태신

원리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대쪽 같은 선비를 연상케 합니다. 전두광이 회유할 수 없었던 인물이며 계엄사령관의 요청으로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을 맡게 됩니다. 하나회에 회유된 모든 부대들이 전두광의 편에 편승하거나 그 상황을 무시하는 상황 속에서 홀로 서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전두광에게 끝까지 가장 큰 위협이 되었으나 결국은 보안사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게 됩니다.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은 당시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입니다. 

 

1.3. 정상호 (이성민)

서울의봄-정상호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입니다.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한 전두광 소장이 권력에 욕심을 드러내자 견제를 위해 이태신을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전두광을 동해로 좌천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전두광 세력에 의해 납치를 당하고 쿠데타 성공 이후에는 결국 모진 고초를 당합니다. 실제 당시 육군참모총장 정승화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1.4. 노태건 (박해준)

서울의봄-노태건

전두광의 친구이자 같은 하나회 소속으로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전두광의 계획에 겁을 먹고 소심한 모습을 보이다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2인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두광이 유일하게 친구로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노태건은 전두광에게 인정받고 증명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는 겁 안 뭇 데이" "우리 아직 친구 맞제?"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1.5. 김준엽 (김성균)

서울의봄-김준엽

육군본부 헌병감으로 무능한 진압군 속에서 유일하게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입니다. 육군본부를 버리고 도망가려는 무능한 국방장관과 장성들에게 총으로까지 위협하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반란군에게 체포되고 맙니다. 

 

2. 서울의 봄 줄거리

박정희 서거 후 계엄령이 선포되고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됩니다. 정상호는 전두광(황정민)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하여 대통령 시해 사건을 조사하게 합니다. 대통령의 공백을 틈타 전두광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자기 마음대로 절차를 무시하고 업무를 편의대로 수행하며, 청와대 비밀금고에서 나온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의 월권행위를 자행합니다. 

서울의봄-하나회

정상호는 전두광의 만행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에 이태신(정우성)을 내정하려 하고, 전두광과 노태건(박해준)을 동해경비사령부와 제56보병사단으로 보내려고 움직입니다. 전두광은 이에 위기를 느끼고 정상호 계엄사령관이 10.26 사건 당시에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빌미로 그를 체포하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전두광은 하나회 회원들과 선배들을 불러 모아 어차피 팽 당할 바에는 계엄사령관을 체포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얻자고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 냅니다. 

서울의봄-이태신-공수혁-김준엽

거사를 수행하는 날 전두광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이태신과 육군특수전사령관 공수혁 소장, 육군 헌병감 김준엽 준장을 초대해 한 자리에 모아 술집에 발을 묶어두려 합니다. 전두광이 동해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식사 대접을 하겠다는 요청에 모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의봄-반란군작전

한편 하나회 보안사 인원들은 정상호 계엄사령관을 대통령 시해 사건에 대해 더 조사할 것이 있다는 명분으로 데려가려 하자 대통령에게 전화를 넣어 확인하려 합니다. 결국 보안사 인원들이 총을 빼들고 억지로 계엄사령관을 납치합니다. 그리고 총격전이 시작되며 급박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됩니다. 

 

3. 영화의 재미요소

3.1. 일촉즉발의 사건사고와 순간의 선택들

서울의봄-포스터

서울의 봄은 12월 12일 전두광이 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동원하여 서울을 점령하기까지 약 9시간 동안의 일촉즉발의 사건들을 다룹니다. 그 속에서 주요 인물들이 마주하는 순간의 선택들과 그에 따라 좌우될 예측불가능한 사건 전개들로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순간의 선택과 돌발적인 상황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에 보는 사람의 감정을 깊게 이입시키는 것 같습니다.  

 

3.2. 전두광의 다양한 모습

실제인물의 이름과 다르게 캐릭터 이름을 설정하였는데 머리가 까져서 '광(光)'을 붙였을까요. 영화에서 전두광은 실제인물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것 같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보여줍니다. 정치권력의 맛을 한참 물들어가고 있을 즈음 팽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전두광이라는 인물은 어떤 선택을 하는 인물이었고,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에는 또 어떤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의봄-이태신-전두광

극 중에서 전두광은 결단력 있는 모습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기에 몰려 약한 내면을 드러내고 이태신의 전화를 회피하는 비굴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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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태신 역할의 정우성 카리스마

정우성이 이번에 영화를 아주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놈놈놈' 이후로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서울의 봄'을 통해 새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멋지고 잘생긴 역할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가며 약간 애매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태신 역할을 통해 중후한 중년의 카리스마를 마음껏 발산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의봄-정우성-카리스마

정우성이 극 중에서 이렇게 소리도 많이 치고 화도 많이 내는 건 처음 본 것 같은데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뭔가 소화할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성공적으로 늘어났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상과 같이 영화 서울의 봄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감상을 남겨보았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들 말고도 워낙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서 일일이 다 적지는 못했습니다. 한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된 불씨가 초래한 여러 비극적인 사건들을 생각하면 영화에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들과 사건들은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뒤돌아 볼 수는 없었던 자들이었기에 죽을 때까지도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인정하게 되면 결국 자신의 인생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했을까요? 재밌게 감상하고도 씁쓸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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