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닥 시총 2위 기업이었던 신라젠은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시련을 안겨준 기업입니다. 펙사벡 임상 3상 취소로 주가가 폭락하였던, 꿈의 암 치료제에 대한 희망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던 기업이었습니다. 상장 폐지 위기에서 겨우 탈출하여 주식시장에서 초라한 명맥을 유지하다 최근에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간 신라젠의 행보를 살펴보고 신라젠이 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신라젠 (SILLAJEN)
2003년도에 설립된 미국 Jennerex Inc사를 인수한 기업입니다.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하였고 간암 3상 시험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재도 여러 해외 제약사 및 정부기관들과 협력하여 원활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요 협력사로는 프랑스의 트렌스진, 미국의 리제너론, 홍콩의 리스파마 등이 있습니다.
2. 신라젠 펙사벡 (Pexa-Vec, JX-594)
신라젠의 주력 아이템은 바로 '펙사벡'입니다. 바이오기업답게 수년간의 적자를 기록하였지만 코스닥 시총 2위 기업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펙사벡'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펙사벡'은 토머스 제퍼슨 대학교에서 개발되었으며 악성 흑색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첫 임상 시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본 Jennerex 창업주들이 펙사벡의 라이선스를 인수하여 1상 2상 임상시험 진행하였고, Jennerex사는 2014년 신라젠에게 인수됩니다.
펙사벡의 실험결과들에서 이것이 여러 가지 암종에 효과를 보였고 단일요법 외에도 다른 면역제와 병용요법으로 사용되어 항암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리제네론이 수행한 1상 임상시험 후 발표된 논문(2017)에서 '펙사벡'은 타 약품과의 병용 제제로서의 효과성을 입증받았습니다.
펙사벡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 암세포 파괴과정에서 '체내 면역 반응을 촉진하여 지속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효과', '암세포와 연결된 혈관세포를 폐쇄하여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이 논문에 기재되었습니다.
3. 신라젠 펙사벡 3상 임상 중단 권고
그러나 2019년 8월 미국 DMC에서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게 됩니다. 3상 1차 분석 결과 임상시험 내 노이즈, 즉 환자들이 3상 실험 설계 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약물을 함께 맞으면서 실험군과 대조군 간의 비교 값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4. 신라젠 주가 폭락과 상장폐지 위기
신라젠의 전 경영진이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이를 공시하기 전에 주식을 매도한 혐의 등이 인정되어 2020년에 '주식거래가 정지'됩니다. 신라젠 주식은 상장 직후 1만 3500원이었던 것이 2017년 11월 13만 1000원까지 치솟았던 주식입니다. 그러나 2019년 8월 펙사벡 쇼크로 8월 6일 15,300원까지 떨어졌다가 주식거래 정지가 될 때는 12,100원까지 계속 떨어졌습니다.
이후 신라젠은 2021년 11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최대주주를 변경하는 등의 노력을 하였으나 2022년에 상장 폐지 여부가 논의됩니다. 애초에 신라젠은 개선계획에 신장암 병용임상을 조기 종료하고 라이선스아웃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4개 임상 군 중에 D군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리제네론과 임상을 확대하기로 전략을 수정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계획보다 임상이 늦게 되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6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고 겨우 상장 유지가 결정되었습니다.
5. 신라젠 펙사벡의 병용 요법 효능 입증
2023년 11월 24일, 신라젠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임상시험 결과를 통보하였습니다.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의 병용 요법에 대한 1b-2a 병용 임상 결과에서 유효성과 안정성이 입증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가가 반응을 보이고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리브타요 단독 투여군보다 펙사벡과 병용한 실험군의 반응률이 두 배에 육박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었는데, 특이점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병용요법에서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이는 펙사벡과 리브타요 두 약물 간의 시너지 효과가 확인된 것이고, 시장에서 선호하는 정맥 주사 방식으로 얻은 결과라고 합니다.
언론에 따르면 조만간 신라젠과 리제네론이 곧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리제네론은 약 113조 원에 달하는 미국 바이오기업으로 굴지의 바이오기업이기에 펙사벡의 임상시험을 신라젠 대신 수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리제네론의 '리브타요'는 현재 피부암, 폐암에만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 병종을 확장하기 위해 펙사벡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상황인 모양입니다. 양사 간의 협상은 펙사벡의 기술 이전에 관한 것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과 같이 신라젠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2020년에 문은상 대표와 경영진이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고, 회사를 매각하여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가까스로 상장 폐지를 모면한 회사입니다. 오너리스크가 해소되었다고 일단은 봐야겠습니다. 17만에 가까운 개인투자자들을 피눈물 흘리게 만든 종목인데 이번에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