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그말리온 효과'는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하고 있음을 알았을 때, 그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는 효과를 말합니다. 그런데 심리학에 '피그말리온 콤플렉스'라는 반대의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버나드 쇼가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쓴 <피그말리온>이라는 희곡에서 등장합니다.
1. 피그말리온 신화
피그말리온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프로스의 왕입니다. 키프로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바다 거품 속에서 태어난 후 조개껍데기를 타고 처음 도착한 섬이기에 이곳 사람들은 아프로디테를 자신들의 주신으로 섬겼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섬에 온 외지인을 죽여 그녀에게 제물로 바친 죄로 저주를 내렸는데 섬의 여인들은 결혼하기 전에 무조건 항구로 나가 외지인과 잠자리를 해야 하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왕은 키프로스의 여자와 결혼하기가 싫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았기 때문에 사랑에 빠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뛰어난 조각가이기도 했는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상으로 만들고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마치 사람처럼 온갖 정성을 다해 함께 했고 조각상이 살아 움직여 신부로 맞이하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을 갖게 됩니다. 왕은 아프로디테에게 조각상이 자신의 연인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고 그녀는 그의 기도를 들어줍니다.
2. 피그말리온 효과
피그말리온은 조각상 '갈라테이아'에게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다 쏟아부었고 자신의 신부가 되길 열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신화의 이야기는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 예측, 기대 등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대변되는 '피그말리온 효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칭찬하여 동기를 부여하면 탁월한 성과를 나타내기도 하는 현상입니다.
3.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
버나드 쇼는 '피그말리온 효과'의 신화 스토리를 뒤집어 '피그말리온 콤플렉스'로 변형된 희곡을 창작하였습니다. 이는 누군가를 향한 기대나 믿음이 오히려 그 사람의 성장과 자유를 억압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피그말리온 역할의 '히긴스'와 갈라테이아 역할의 '일라이자'가 등장합니다.
'히긴스'가 '피커링'이라는 사람과 길거리에서 꽃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소녀 일라이자를 6개월 안에 상류층 여인으로 만들 수 있는지 내기를 합니다. '히긴스'는 음성학자로 '언어가 사람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일라이자를 교육하여 언어를 교정시키고 그녀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신분 상승의 꿈을 꿉니다.
언어교정 후 그녀는 귀족들의 연회와 대사관 정원 파티에 참석하여 훌륭하게 그 속에 적응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것이 '히긴스'와 '피커링'의 내기를 위함이었고 자신은 그저 실험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를 느끼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 '히긴스'를 떠나버립니다.
4. 피그말리온 콤플렉스
조각상 갈라테이아는 생을 얻자마자 피그말리온 외에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갈라테이아 입장에서는 그저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염원이 강요되었을 뿐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판단을 존중받지 못한 것입니다. 일라이자 역시 히긴스의 이론을 증명을 열망하고자 사용되는 실험 대상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진정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염원과 욕망 투사하기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상대방도 자율적인 선택권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던지는 칭찬과 격려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아이에게 '너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것을 염원하며 열심히 하길 강요한다면 아이는 피그말리온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염원하기 전에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생각은 무엇인지 서로 대화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