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내수시장 둔화는 판로를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중국의 저가 상품들이 테무나 알리를 통해 미국과 유럽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 나갔는데요.
이제는 국내 시장도 빠른 속도로 점령당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세계 시장에 유통되며 그동안 고금리 기조로 인해 초래된 인플레이션 문제를 점진적으로 상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는 분석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세계 진출에는 더 크게 노리는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초저가 공세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그리는 큰 그림이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물가시대에 같은 제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플랫폼을 선호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싸게 파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겠지요.
'1000원 한우' 10초 만에 완판…알리, 한국에 1000억 푼다
'1000원 한우' 10초 만에 완판…알리, 한국에 1000억 푼다, ‘초저가’ 알리 공습…한국에 쇼핑 보조금 푼다 1000원짜리 딸기·계란·한우 등 10초만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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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공산품뿐만 아니라 국내 신선식품까지 구매할 수가 있네요. 프로모션 행사로 무려 한우, 계란, 딸기, 망고, 바나나 등을 1,000원에 판매했다고 합니다.
국내 신선식품 셀러들을 알리에 입점시키고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통 큰 마케팅 행사는 분명히 국내 유통업계를 뒤흔들만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는 한국에 3년간 총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서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판매를 돕겠다는 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알리바바, 한국에 3년간 1조5천억원 투자…연내 물류센터 건립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초저가로 무장한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중단기적으로 한국 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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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가 유통에 드는 비용을 줄여 세계 시장에 값싼 제품을 공급하는 점과는 다르게 알리는 굳이 쿠팡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내 셀러들을 확보하고 물류센터 건립에 나서는 점은 또 다르게 보이네요.
2천600억원 투입해 한국 물류센터 갖겠다는 알리…진짜 속내는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2억달러(약 2천632억원)를 들여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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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부터 인천국제공항을 글로벌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중국 물류센터에서 한국까지 물품을 운송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항공기로 미국, 유럽 등으로 제품을 이송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작년에 인천공항이 처리한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의 양이 43.1%나 증가하였는데 개항 이래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네요.
중국 이커머스가 인천공항을 선호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인천공항에서 전 세계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류센터를 국내에 건립하여 거점을 마련하게 되면 그만큼 물류 효율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 셀러들의 입점에 공을 쏟아붓고 있는 점은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한국 제품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수출하겠다는 의도로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문화와 음식들이 모두 자신들의 것이라고 떳떳하게 주장하고 있지요. 중국 플랫폼을 통해 한국상품들이 세계 시장으로 판매된다면 우기기가 더 쉬워지겠네요.
어쩌면 국내 물류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음식 등도 중국 자본에 점진적으로 예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칼만 안 들었지 어쩌면 이것은 한 나라의 핵심 물류 허브와 문화와 산업을 먹어버릴 무서운 계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 1위를 차지한 유통공룡 쿠팡은 로켓배송 전국 확장 계획으로 중국의 초저가 공세와 알리의 국내 진출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려 3조 원을 다시 국내에 투자하여 올해 광주, 대전의 풀필먼트센터 운영을 시작으로 부산, 이천, 김천, 제천 등 전 지역에 풀필먼트센터 착공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2027년까지 '전국인구 100% 로켓배송'이 목표라고 하네요.
쿠팡, 2027년까지 로켓배송 전국 확장…3조원 이상 투자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쿠팡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한다고 27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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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쿠팡이츠 배달비 0원 정책도 시행했습니다. 쿠팡 와우 회원은 쿠팡이츠 배달비도 무료고 로켓배송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으니 충성고객이 더 확보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쿠팡이츠, 오늘부터 '배달비 0원'...요지부동 1위 배민도 잡을까 - 머니투데이
기존 10% 할인도 유지 가능...5월 31일까지 선택쿠팡이츠가 '배달비 0원' 서비스로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아성에 도전한다. 이미 DAU(일간활성이용자수)에서 '요기요'를 제치고 2위에 오른 만큼,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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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국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 외엔 특별한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젠 쿠팡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낄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메리트를 넘어설 수 있는 또 다른 메리트는 결국 이 플랫폼이 없으면 당장 불편해진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쿠팡의 사업모토입니다. 써 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상으로 중국 이커머스 회사들의 공격적인 국내 진출과 쿠팡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끄적여봤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대에 중국 회사들이 돈이 될만한 곳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시장의 파이를 차지하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에 이들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 대응하는 국내 기업들이 이들과 경쟁하며 도태되기보다는 한 단계 성장하고 도약하여 더 좋은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들로 거듭나 탄탄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